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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 띄우는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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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5 10:32: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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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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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을은 더욱 짧게만 느껴진다.
풍성함으로 가득 채웠던 들판은 가을걷이로 텅비어가고 참새 쫒던 허수아비도 홀로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간밤에 내린 서리에 여름내내 돌담아래를 지키던 맨드라미 추워서 입술 파래지며 마지막 씨앗을 여물게 하고, 한낮의 따뜻한 햇빛이 온산에 불을 지르고 퍼트려 며칠사이 온 산하를 붉게 물들게 하였다.
삶의 터전
간척지 옆 동네라서 단풍의 화려함은 볼 수 없지만 추녀 끝에 매달려 있는 곶감과 마당 한켠 양지에 말려지는 고추가 시골의 가을풍경을 만들어 낸다.
아니 외딴집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면 사랑방 불 집히는 분주함에 굴뚝으로 흰 연기 피어오르고 어스므레 땅거미 질 무렵 인기척이라도 나면 큰사위 집에서 이사온 또롱이 컹컹 짖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드넓은 논밭과 함께해온 세월의 고랑이 힘들었지만 6남매 잘 키워냈다.
지난여름 쓰러진 참나무 잘라 감나무 그늘아래 놓았던 버섯목에서는 탐스럽게 포고버섯이 많이도 달렸건만 여섯 봉지로 나누니 된장찌개는 버섯이 없었다.
그랬다
옷 한벌, 양발 한 켤레...
당신 것을 살 때는 몇 번이고 망설이지만 허리 굽어 뜨거운 태양빛 밭으며 농사지은 쌀이며, 배추며, 고구마는 트렁크에 가득 실어 주시고는 맛있게 먹을 것을 생각하시며 좋아라하는 모습에 고개 숙여집니다.
당신은 저녁 늦게 들어와 주섬주섬 식사를 하시고 힘든 몸을 눞지만, 어쩌다 찾아온 자식 녀석에게는 따뜻한 밥과 국으로 성찬을 준비하시는 부모님!
이제는 나이 들어 쉬시고 싶을 텐데도 자식들에게 기대기 싫어 언제나 똑같이 일터로 향하시는 뒷모습이 우리들 마음속에 아름답게 비추어 집니다.
눈에 보이게 빨리 늙어가는 당신인데 미약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행복의 주름살을 늘려드리는 일뿐이네요.
지금은 이것밖에 할 수 없지만 아니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가을의 훈훈함처럼 늘 우리들 곁에서 정신적인 지주로 오래오래 있어주시고 자식,손자 어리광 받아주세요
2005. 11. 15
자식들의 마음으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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